2019. 12. 28. 22:58ㆍIT/Retrospective
들어가며
2019년 마지막 주말이다. 2020년이 오기 전에 간단하게 지난 1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한라산 등반
자세한 글은 아래를 참고..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로서는 정말 적격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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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면접, 그리고 탈락
학교 선배가 추천해줘서 볼 수 있었던 면접. 지원했던 기업은 나름 대기업 계열사? (확실하지 않음)였고, 해당 업계에서 1위이기도 했다. "구인이 8개월째 안 되고 있다"면서 나한테 제의가 들어온 것인데, 내 취준 생활에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승낙했다.
코딩 테스트는 너무 쉽게 나왔다. 수업을 꾸준히 들은 컴공 1학년한테 던져줘도 풀 수 있을 정도로. 그 때 '아, 신입이라 애초에 기대치가 별로 안 높나 보네' 싶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어서 '하 벌써 입사해버리면 어떡하지? 놀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이러면서 김칫국에 밥까지 잘 말아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대망의 면접 때 털리고 떨어졌다. 전반적인 이유는.. 경험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면접 스타일이 나랑 잘 안 맞는다고도 느꼈고. 뭔가 질문하는 쪽에서는 바라는 답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질문 의도를 내가 모르겠어서 제대로 답변 못한 경우도 많았고. 지금까지 본 3번의 면접 중에, 이 면접이 가장 최초였고, 가장 기분 나쁜 면접으로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떨어진 것이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오히려 '그래도 해 볼만 하네, 진즉에 취직 준비 시작할 걸'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살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 정비도 이 때부터 시작했다.
주차 사고, 불효자는 웁니다
더 이상 학교에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서울에 계속 남아있을 지 고민이 되었다. 월세는 결국 다 부모님 지갑에서 나가고 있었으니.. 고민하다 주거비라도 줄이자는 생각으로 조금 더 싼 곳(미니텔)을 찾아서 이사했다. 화장실, 샤워실도 공용이고, 온수가 나오는 시간마저 정해진, 그야말로 제 2의 군대였지만 나같은 배부른 백수놈이 정신 차리기엔 적당한 곳이라 생각했다.
이사를 쏘카로 했다. 옮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 끝나고 다시 주차장에 반납할 때 트렁크를 찌그러뜨렸다.
면접 탈락에 이은 악재였기에 이 당시 멘탈이 온전하지 못 했다. 한라산 등반이 좋은 신호탄이 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액땜의 시작이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노마드 코더 해커하우스 참가
이 사건(?)을 기점으로 멘탈 그래프는 상승세를 탔다.
1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9명을 뽑았는데, 그게 내가 됐다. 나중에 린님이 말해주기를, 지원 멘트가 너무 웃겨서 인상 깊었다고.
해커 하우스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많이 얻어갔다. 첫 째로는 커뮤니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고, 둘 째로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었다. 건님을 만난 것도 이 해커하우스가 계기였고, 이후로도 우리는 서로 취준활동에 여러 영향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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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인턴십 시작
큰 기대 않고 지원했던 라인 인턴십이 통과되었다. 이미 한 번 면접에서 떨어져 본 경험도 있고, 스스로의 자질에 대해 확신도 없었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기대 후에 다가오는 실망감이 나에겐 너무 아프기에 할 수 있는 최대로 멘탈을 눌러놓고 있었다. 그랬는데 코딩 테스트가 통과되고, 오프라인 테스트가 통과되고, 면접까지 내 앞에 다가오니 사람이 어떻게 기대를 안 할 수 있을까. 발표일, 내가 불합격하는 꿈을 꾸고 새벽에 눈을 떴을 때의 그 감각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돌이켜 봤을 때, 인턴십은 올해 있었던 타임라인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첫 사회 생활과 첫 경제 생활을 여기에서 시작했고, 실무 환경 속에서 프로젝트 진행을 해봤다. 이 과정 속에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좋은 동기들과 멘토님을 만났다. 특히 멘토님이 멘티들을 잘 성장시키기 위해 성심성의를 다 하고 있으시단 걸 많이 느꼈다. 단순히 개발 능력의 성장 외적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웠다.
무엇보다 이 당시는 반쪽짜리 직장인이니 책임질 게 없던 시절이라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볍기도 했다. (정사원 채용 여부를 신경쓰는 데 들어가는 스트레스는... 음.. 이하생략)
지금은 부서가 바뀌기도 했고, 실제 업무를 맡는 것이기도 하니 이 시절에 비해 어깨가 무거워진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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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캠퍼스 핵데이 참가
복을 받았다 생각했다. 라인 인턴십 중에 네이버 해커톤까지 참가하게 되다니. 대학생 신분으로 코딩 관련된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로망이 있었는데, 이렇게 스무스하게 내 삶에 들어올 줄은 미처 몰랐다.
내 팀의 참가자들은 사실 전부 어느정도 정파(?)에서 벗어난 사파였다. 세 명 중 둘은 그냥 문과였고, 한 명은 건님이지만.. 본인 증언으로 전공 수업을 게을리 들어 CS 지식이 모자라다 했으니.. 뭐라고 해야하나, "항상 우수한 성적으로 교수님께 총애(?)도 받고, 해커톤도 꾸준히 참가하는 컴공 모범생"은 또 아니었다. 대신 출중한 개인 프로젝트들이 있었고, 커뮤니티 활동이 꾸준하며 IT 신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는 높았으니 나름 사파(?) 중의 슈퍼루키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특이한 스토리들이 우리가 선발되게 하는 데 일조를 했을까? 추측만 해볼 뿐이다.
종합적인 평가는 즐거움 반, 아쉬움 반이다. 아쉬움은 Spring Boot 활용이 미숙한 나 자신에게서 온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어느 정도 사용법을 익히게 된 지금 시점에서 회고하면 더더욱 그렇다. 차라리 노드로 할 걸, 노드로 할 걸... 흑흑
하지만 핵데이 활동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하나 둘 씩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좋았다. 남는 시간엔 네이버 커넥트 원 건물도 돌아보면서 놀고.. 기대치보단 낮긴 했으나, 어찌되었건 결과물은 완성되었고. (완성 못하는 팀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제 다시 참가를 못 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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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입사
우여곡절 끝에 정사원 채용이 되었다. 이 때도 인턴십 못지 않은 피 말리는 경험들을 했는데, 어쨌건 결과는 좋게 나왔으니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감상평
여전히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운이 좋았다'이다. 비유하자면 전산 오류같은 착오로 명문귀족학교에 입학한 가녀리고 가난한 여주인공같은..
그러니 더더욱 앞으로의 행보를 잘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n년 후의 회고에서 나를 평가할 때 '진짜 그냥 운이 좋았던 놈이네'로 평가하게 될 지 어떨지는 나 하기에 달려있을 테니.
JAVA에 대한 고찰
node.js, 파이썬에서 자바로 주력언어를 바꾸고 나니 초반에는 잔고생을 좀 했다. 사실 지금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하겠지...
예전에는 '자바 싫어하세요?'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많이 거친 말을 하고 다녔으나, 지금은 특정 언어에 대한 비방은 안 하고 싶다. 각 언어는 특징이 있을 뿐, 우위는 없으며, 프로그래머의 모든 니즈를 만족하는 언어는 존재할 수도 없고, 언어의 완성도가 실제 인기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어떤 언어는 품격이 낮고, 어떤 언어는 완벽하다고 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써놓고 보면 지극히 자명한 진리지만, 가끔 이 사실을 잊는 사람들 때문에 커뮤니티 상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곤 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현재는 자바의 융통성 없음에 짜증을 내다가도, 그 깐깐함에서 오는 무수한 이점들에 편안함을 느끼고. 스프링이 주는 편의성에 감탄하다가도, 그 추상성 때문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는 상황에 직면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증의 관계로 품고 있다. 이러지 않는 언어와 프레임워크가 있을까? 다 똑같을 것이다.
본격 라인 스티커 작가 데뷔(?)
라인에 스티커(카톡으로 치면 이모티콘에 해당)를 냈다. 한국에서 라인 쓰는 사람은 일본인 친구 있는 사람 제하고는 전부 다 라인 사원들이지만... 입사 동기들끼리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 들어와보니 라인 직원들이 스티커를 내는 경우는 흔하고, 심지어 본인들이 직접 그려서 내보도록 장려하는 챌린지도 있었다. 나는 챌린지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만의 스티커가 생기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아 짬짬이 아이패드로 그렸다.
물론 동기들과 나 빼고는 아무도 안 샀으므로 수익은 처참하지만, 대신 동기들과의 대화는 더 재미있어진 것 같다. 내년엔 2를 내볼 생각이다.
안녕, 2019년
시간 중에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어디 있겠냐마는, 2019년은 그래도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같다. 수험생 -> 대학생 -> 군인 -> 복학생의 단계를 지나 드디어 페이즈 2인 사회생활에 입성한 셈이니.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상반기는 정말 재미있는 사건의 연속이었지만, 입사한 하반기부터는 큰 이벤트는 거의 없었다. 인생에 새로운 자극만을 찾는 태도는 지양해야겠지만, 또 짧은 인생을 최대한 유의미하게 보내는 것도 나름 인간의 소명 아닐까. 앞으로는 내 인생에 유의미한 이벤트를 많이 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