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라인 인턴 지원후기

2019. 4. 18. 16:20IT/Retrospective

들어가며

이 글은 2019년 상반기 주 3일 채용연계형 인턴에 지원하고, 1차 면접에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글입니다. 제가 설명충인 관계로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인턴 선발 과정에 대한 경험담이 필요하신 분은 후반부부터 읽으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늘 꿈꾸던 기업, 라인

20대 중에 라인(Line)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들 카카오톡을 사용하고는 있어도 네이버에서 라인이라는 메신저를 출시했다는 것은 다 알 것이고, 조금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이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라는 것까지 알 것이다.

일본어학을 배웠고, 일본인 친구들도 있었던 나는 간간히 라인을 사용했었다. 그 덕에 한국의 다른 사람들보단 라인 사용 경험이 더 많았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 라인의 모회사가 네이버인 것을 알기에, 당연히 좋은 회사겠거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라인에 입사한 학회 선배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라인이란 기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일본 뿐 아니라 대만과 동남아시아 쪽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복지도 좋다는 등.. 그런 곳에 입사한 선배가 참 부러웠다. 당시 나는 개발자를 지향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인가를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기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도전하기로 마음 먹기까지

주위의 시선

나는 복수전공으로 융복합소프트웨어 연계전공을 듣고 있었다. 커리큘럼은 컴퓨터 공학에서 이과 수학에 관련된 부분이 배제된 그것이라고 보면 딱 맞다. C, 파이썬, 자바,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운영체제, 컴퓨터 구조, 모바일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정보 보안, 소프트웨어 공학 등을 배웠으니 CS(Computer Science)에 해당하는 기초 과목은 거의 다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컴공생들과 견줄 정도인가? 하는 의문을 늘 떨칠 수가 없었다. 주위에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은 없었고, 비교 대상은 같은 학교 학생들이니 객관적 평가라고 볼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주위로부터 알게 모르게 '그래도 컴공생이 아니지 않나?' '이쪽 길을 걸어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며 나의 자질을 의심하는 듯한 반응을 보일 때마다 나는 위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개발보다는 기획 쪽을 노려볼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학원을 다녀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볼까?'라는 고민도 해 보았다. 결과적으론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쭉 개발을 독학하는 방향으로 빠졌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변명

아직 난 졸업을 하지 않았지만, 강의는 작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모든 강의를 다 들어놓은 상태였다. 학점은 전부 수료했으나 졸업에 필요한 요건 중 하나인 토익을 일부러 미제출했으므로, 이 경우 나는 재학도 휴학도 아닌 '졸업 유예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즉 학교로부터 벗어난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는 이야기다. 그 동안 난 무엇을 했었나. 맥북을 사고, 알고리즘 문제 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또한 졸업 논문을 미완성한 상태였으므로 졸업 논문을 작성한다는 명목으로 반년을 애매하게 낭비했다. 학교도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상태였고, 졸업 논문 심사 기준이 그렇게 빡센 편도 아니었으니 취업 준비를 병행해도 되었을 법한데,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작년에 이력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버린 이유는, 팔자 좋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관심사가 참 넓고,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팔방미인이 되고 싶었다. 임베디드도 재미있어 보였고, 머신 러닝이나 데이터 사이언스도 신기해서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내가 폰 노이만쯤 되는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이걸 전부 다 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개발자를 지향하게 된 것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는데, 개발자 중에서도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정하는 것이 2차 관문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학원에 가서 상담도 받아보고,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선배에게 연락도 해보고, 교수님을 만나기도 했다. 진로 탐색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노력을 들인 결과가 유의미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조금 후회가 된다. 사실 난 '자아를 찾는다'는 명목 하에 반년동안 합법적으로 놀았던 것은 아닐까.

또한, 내 실력이 개발자가 되기에 아직 모자라다는 변명도 있었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변명을 이유로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기업으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만 더 실력을 키워서 지원하자… 참으로 멍청했다.

선배로부터 입사 제안

그렇게 반쯤 허송세월을 하고 있을 때, 대학 선배로부터 "우리 회사 지원해보지 않겠냐" 는 제안을 받았다. 선배는 독학으로 개발을 배워 취직 및 이직을 한 케이스였다. 선배가 다니고 있던 회사는 나름 해당 업계에서는 1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었고, 지인 추천을 통한 상시 채용이므로 서류 심사는 무조건 합격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교묘한 변명으로 취준을 피해왔었으므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들어온 기회까지 그냥 보내는 건 정말 바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엔 지원하기로 결심을 했다.

코딩 테스트를 보고 통과하고, 면접까지 넘어갔었지만 결국은 떨어졌다. '신입인데 경력이 없다'는 신기한 이유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고나서 1주일 쯤 뒤에 구인 사이트에 또 구인 공고가 올라오더라. 지금은 채용이 됐는지 모르겠다. 그 분들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하는 신입은 그 회사에 굳이 가려고 하진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비록 불합격하긴 했으나, 역설적이게도 이 경험이 나를 정신차리게 해 주었다. 회사에 지원을 해서 면접까지 올라간 것이 처음이었고, 면접에서 들었던 말들이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 지에 대한 힌트를 던져줬다. 그렇게 이력서를 써보고, 코딩 테스트를 보고, 면접 준비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게 취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던 것 같다. 이것이 올해 1월에 있었던 일이다.

라인 채용 연계형 주 3일 인턴에 지원

노마드코더에서 주최한 해커 하우스를 다녀오고 나서, 더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해커 하우스 참가 멤버 중에 같은 취준생인 Geon Lee님으로부터 자극을 많이 받았다.

드디어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지원한 곳은 우아한 테크코스 1기 과정과 라인 주 3일 채용 연계형 인턴이었다. 우아한 테크코스도 사전 테스트에 합격해서 프리코스 3주 과정을 밟았는데, 이에 관한 후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라인의 코딩 테스트

서로 배려를 해준 것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우아한 테크코스의 코딩 테스트와 라인의 코딩 테스트 일자가 서로 겹쳤지만 시간은 전혀 겹치지 않았다. 라인은 10시부터 13시까지, 우아한 테크코스는 14시부터 18시까지로 점심시간까지 딱 맞춰져 있었다. 두 군데 모두 프로그래머스에서 실시되었으니, 어쩌면 서로 협의 하에 조율한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라인에서는 총 5 문제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반년동안 알고리즘 준비한다고 나댄 보람은 있었는지, 못 푼 문제는 없었다. 5번 문제는 처음 읽었을 때에 내가 못 푸는 문제인 줄 알고 동공에 지진이 왔었는데, 차분히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읽어보니 해결법이 나왔다. 체감상 프로그래머스 3단계 문제들에 준하는 난이도의 문제들이었다.

물론 실제로 내가 낸 코드가 몇 점이나 나왔을지는 모른다. PS 준비를 해본 사람은 다 공감할 것이다. 정말 완벽하게 짰다고 생각하고 제출해도 결국에는 어딘가에서 감점을 당한다. 테스트 케이스에서 나가리가 되는 경우가 있고, 문제의 답은 나와도 효율성 테스트에서 시간 초과가 떠서 통과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5번 문제는 효율성 테스트를 절대 통과 못할 거 같았는데.. 코드 채점 결과가 궁금하다.

어찌저찌 박카스 도핑(?)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다 풀어서 제출하고, '그래도 못 푼 문제는 없었다.'는 사실을 위안 삼고, 좋은 경험 했다는 마인드로 탁 털어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개인 프로젝트를 하며 1주일을 보내다가 덜컥 라인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코딩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오프라인 테스트 일정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어머나. 어안이 벙벙했다.

라인의 오프라인 테스트

라인의 필기 테스트에 대해서는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주위에 지원해 봤던 사람의 말을 듣기도 했었고, 테크 라운지에서 만났던 개발자 분이 본인이 직접 테스트를 봤던 경험을 이야기 해주는 걸 듣기도 했었다. 공통적으로 '학부 기초 지식을 광범위하게 테스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학부는 CS(Computer Science)다. 특히나 올해에 실시하는 필기 테스트는 오프라인이었다. 작년은 온라인이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아무래도 커닝 등의 형평성 문제로 바꾼 듯하였다. 일주일 동안 4년치 컴공 과정을 전부 복습하면서 '그래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바뀌었으니, 오픈북이 아니게 된 만큼 난이도가 낮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조금 품었는데, 오산이었다. 그것이 낮아진 난이도인지 아닌지는 알 길은 없으나, 어렵긴 정말 개떡같이 어려웠다. 시험 날에 처음 들어본 용어도 있었고, 너무 예전에 배워서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개념도 나왔다.

라인의 필기 테스트는 20문제 안팎으로 나왔다. 정확한 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70문제 정도 된다고 봐도 될 듯하다. 왜냐하면 정보처리기사 필기시험과 다르게, 5지 선다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형식이 아닌, 5개의 선택지에 전부 O,X를 체크해야하는 유형의 문제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다른 시험들처럼 '다른 항목은 잘 모르지만, 이 항목은 명백하니까 여기가 답이다!' 하는 식으로 찍는 것조차 불가능한 문제들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OX가 아닌 문제들도 전부 모두 고르시오거나 정답 없음의 가능성도 열어둔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지옥의 난이도였다.

아직도 빅 엔디안과 리틀 엔디안을 틀린 게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어느 것이 비트를 반대로 쓰는 엔디안인지 가물가물해서 '빅 엔디안은 큰게 end에 있단 소리니까 이게 반대로 쓰는 엔디안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가 낭패를 봤다. 아마 그 O,X 문제는 전부 다 틀렸을 것이다.

자네, 블록체인 할 생각 없는가?

필기 테스트의 난이도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기에 어버버버하면서 쓰고 나와서 그렇게 빠르게 관심을 껐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발표 전 날에 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원 부서를 바꿔서 면접을 볼 의향이 있냐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지원했던 백엔드 부서가 경쟁률이 쟁쟁해서 밀려난 대신, 필기 테스트 성적이 상대적으로 양호(제일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제가 어떻게..)해서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 같았다.

그 분야가 하필이면 제일 자신 없던 블록체인 백엔드 플랫폼이라서 고민은 되었으나,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이왕 이렇게 된거 질러보자는 심정으로 면접을 보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블록체인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정확한 작동 원리 등은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므로 일주일 동안 이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노마드 코더에서는 node.js를 가지고 비트코인을 클로닝하는 강의가 있었기에 구매하여 들었다. 합의 알고리즘이니 거래니 하는 것들이 참 와닿지 않았는데, 역시 따라서 직접 소스코드로 구현을 해보니까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았다. 공부하다 보니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많이 높아졌다.

블록체인 공부를 병행하면서 포트폴리오도 재정비했고, 면접 때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나는 어떻게 답변해야 할 지 등을 연구했다. 구글링에서 라인 면접을 검색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의견이 있다. 기초 지식이나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의 질문으로 면접자의 혼을 쏙 빼놓는다고. 특히 1월에 봤던 첫 면접에서 이미 영혼을 탈탈 털리는 경험이 한 적이 있었기에 더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면접 전 날에 잠도 들지 못한 채 그대로 밤을 새고 면접을 보러 가는 사태가 발생해버리고 말았다.

처음 만난 라인플러스

분당.. 분당은 참으로 멀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 피곤한 상태로 지하철을 탔다. 출근길이라 그런지 지하철이 참으로 붐볐다. 분당선에서 겨우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앞자리 사람은 노트북을 꺼내놓고 뭔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도 판교의 어느 기업에 다니는 개발자겠지. 참 묘한 느낌을 받았다.

예정된 면접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공복으로 도착했기에 근처의 뚜레쥬르에서 대충 빵 하나를 사 먹고, 30분 전에 라인플러스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면접자 중에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었나 보다. 입구에 신분증을 맡기고 대기실을 안내받았다.



면접 시작

면접 질문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지원 시기, 부서, 면접관이 어떤 사람이 들어오냐에 따라 면접 스타일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아래 글은 흐름만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30분간 적당히 폰을 보면서 멍 때리고 있자, 면접 시간이 되어 면접실로 안내받았다. 화이트보드가 있는 회의실이었는데, 면접관은 두 분이셨다. 어색하게 인사를 드리고, 바로 면접에 들어갔다. 일단 준비해 온 자기소개 멘트가 있었으니 간단하게 읊었다. "문과생인 내가 어쩌다 이 길을 걷게 되었나"에 초점을 두고 PR을 많이 했다. 위에도 말했듯이, 관심사가 넓은 점도 나의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그 후에는 기초 지식에 해당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파이썬이라고 답하자, 파이썬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하셨다. 주로 나의 경험에 비추어 대답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최근에 파이썬의 구현을 궁금해했던 적이 있어서, CPython에 관한 글들을 조금 읽은 적이 있어 이런 지식들을 덧붙여 대답할 수 있었다.

주력 언어 외에도, 여러가지 (자잘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음을 내비치려고 노력했다.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딱 꽂혀서, 몇년간 그것만 주구장창 파왔더라면 그것을 내세우면 됐겠지만, 난 여러 군데에 발을 걸쳤었기에 이 부분을 좋게 포장할 필요가 있었다. 나름대로 애썼지만, 면접관님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즉석 과제(?)를 던져주셨다. 실제 문제(이론적인 문제는 아니었고, 서비스 구현에 관한 문제였다)를 받고 나의 풀이법을 직접 화이트보드에 써가면서 설명해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설명하다가 면접 시간이 다 되었고, 마지막 질문시간을 갖고 면접은 끝이 났다.


라인의 dApp 위즈볼(Wizball)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본 전공의 도움을 아주 적게나마 받은거 같기도 하다. 라인은 일본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니만큼 내가 전공한 일본어학을 써먹을 만한 여지가 있었다. 흔히 개발자들은 Stack Overflow등의 해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나는 여기에 더하여 일본어로 된 레퍼런스도 찾아 읽는게 가능하다. 예전에 RPG만들기 MV를 사용할 때도 일본어로 되어있는 자료들을 읽어가며 소스코드를 수정한 적이 있었다. 면접에 들어가기 전에도 일본에 출시되어 있는 라인의 dApp인 위즈볼, 포캐스트의 웹 버전을 구경해봤었고, 이를 주제로 대화할 수 있었다. 물론 개발자에게 외국어 능력이 갖춰지면 더 좋겠으나, 어디까지나 기본 실력이 갖춰져있단 전제 하에 그렇다. 그렇기에 나의 일본어 능력이 합불을 가를만큼 유의미한 기여를 했다고는 생각되진 않는다.

+ 추가사항(19.04.18 18:33)

잘 했느냐 못 했느냐를 떠나서 면접 자체는 굉장히 후련했다. 1월 면접 때에는 경력직이 아니면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들을 많이 받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한 횟수가 많았다. 이런 질문이 반복될 수록 나는 위축되었고, 결과적으로 면접관한테도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낙인이 찍혔던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라인 면접은 프레임워크 같은 요소들을 일절 질문하지 않았다. 스타트업과 다르게 라인은 대기업이기에 신입을 뽑아 자체적으로 사내 교육을 통해 키워서 쓰는 것이 가능하다. '대규모 분산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있는 신입 환영합니다'는 정말 어불성설인 이야기이다. 학부생 수준에서 그런 걸 체험해 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라인에서는 신입에게서 Spring 프레임워크를 잘 쓰는지 어떤지를 일절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면접자가 자신의 상황 속에서 어떤 지식을 얼마나 잘 배워왔는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그 덕에 나는 내 생각을 온전히 전부 전달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면접실을 나오면서 후회가 남지는 않았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전부 보여줬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합격

면접이 다 끝나고 마지막에 면접관님이 "혹시 떨어지더라도 주눅들지 말라. 우리 팀과 맞지 않았던 것 뿐이다. 특히 라인은 여러번 지원이 가능하니 하반기도 노려보면 좋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덜컥 겁을 먹었다. 모든 면접자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라고는 했으나, 유독 나에겐 불합격한 사실을 돌려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일본어학을 전공한 탓에 일본인들 혼네 타테마에 읽듯이 행간을 너무 읽어버린 걸 지도 모르겠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이지. 이제 깔끔하게 마음 접고 기대를 버리자'라고 생각했으나, 발표일이 다가올 수록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발표 당일인 16일은 불합격 통보를 받는 악몽을 꾸고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꿈에서까지 나타나다니 어지간히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상태로 웹 서핑을 하던 중, 오전 11시에 메일이 왔다. 인턴 합격 통보였다.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한달동안 매번 다음 결과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피가 말렸던지. 세상 살면서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앞으로도 파이팅

그러나 이제 한 고비 넘은 셈이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주 3일 인턴이라고는 하나, 쉬는 날도 꾸준히 계속 공부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전처럼 불안하지는 않을 것 같다. 늘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이젠 나도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턴이나마 라인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하루에 애드 플랫폼에만 10억 뷰가 요청되는 대기업의 업무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니. 분명히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는 인턴 체험기를 주기적으로 작성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