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기타 사온 이야기

2016. 2. 13. 17:14Music/Guitar

해외 기타 구매기.. 라고 쓰면 그 뭐냐, 해외를 가서 기타를 사온 건지, 해외에서 기타를 주문시켜서 받은건지 애매모호해서 제목을 일본에서 기타 사온 이야기라고 썼습니다.


1월 말에 일본 여행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오사카로 갔어요. 사실 여행 계획 당시에는 기타 구매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일렉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던게 12년도, 그 때 구입했던 기타를 쭉 써왔었습니다. 모델은 AMOS의 EG-200이란 모델을 쓰고 있었어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왼손잡이용 기타입니다. 왼손잡이였거든요.

기타를 처음 입문할 때 "난 왼손잡이니까 당연히 왼손 기타를 써야지!"란 생각으로 무턱대고 낙원상가에 가서 왼손 모델로 하나 집어왔었는데, 이게 정말 건너서는 안 될 강이었습니다.

사실 왼손잡이들도 왼손 기타를 쓰는 경우는 꽤나 드물어요. 그냥 오른손 기타를 사버리고 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죠.

한번 왼손기타로 배우기 시작해버리면, 그 사람은 정말로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고선 "자신의 것 이외의 기타"를 쳐 볼 일이 없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죠?

그래서 자기 기타만 칠 수 있다는 점이 어떻게 안 좋게 작용하느냐 하면,

1. 친구들과 함께 어딘가로 놀러 갔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통기타 하나가 있네요. 제 취미가 기타라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저에게 한 곡 좀 쳐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럴 경우엔?

멋쩍게 웃으면서 "나 내 기타밖에 못 쳐, 미안.." 이라고 뜻하지 않은 사과를 해야합니다. 친구들이 실망하는 건 둘째 치고, 모처럼 남들에게 취미 생활을 뽐내볼 기회였는데 이렇게 물 건너가죠. 자신이 직접 준비를 하지 않고선 이러한 기회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2. 밴드에 들어가 사람들과 열심히 합주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쳤던 걸까요, 기타줄이 도중에 끊어져 버리고 맙니다. 다른 밴드부원이 합주실 대여시간이 별로 안 남았으니 자기 기타로 대신 치고, 기타줄은 합주 끝나고 나서 갈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떡하죠, 제 기타는 저만 칠 수 있는데.

연습 할 때 끊어지는 거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공연장에서 기타줄이 끊어진다먼 어떡할까요. 혹은 공연 전 날에 기타가 갑자기 고장이 나버린다면? 도무지 어떻게 할 방도가 없습니다. 스페어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공연 전날에 손톱을 깨물면서 긴장하고 있어야합니다.

3.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르고 기타를 샀었는데,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캐스터가 어떻고 레스폴이 어떻고 픽업이 뭐고 브릿지가 뭐고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새 기타를 사기에는 좀 그렇고, 남의 기타라도 쳐보면서 미리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죠. 악기점에서조차 왼손 기타 모델은 드뭅니다. 주위에 왼손 기타를 쓰는 사람을 본다면 얼마나 볼 수 있을까요?


상기의 이유들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저것과 비슷한 경험을 자주 겪었었고, 저러한 이유 때문에 기타 입문하고 2년간 일렉기타밖에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통기타를 만져볼 일조차 없었어요. 자기가 한번 공연 나갈 때마다 몇백 몇천씩 버는 유명 아티스트라면 이러한 이유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죠. 왼손 모델을 여러개 사면 될 테고,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으면 커스텀 제작까지 맡겨도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취미로 기타를 배우는 사람에게 "남의 악기를 쓸 수 없다"는 점은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왼손잡이가 오른손 기타로 배우면 아무 문제가 없느냐? 라고 물어보면.. 사실 문제점이 하나 있긴 있습니다.

오른손 기타는 왼손으로 핑거보드를 집고, 오른손으로 피크를 잡습니다. 왜냐하면 기타는 지판을 잡는 손보다, 피크를 잡는 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처음엔 이러한 사실이 잘 이해가 안 가겠지만, 기타를 계속 배우다보면 지판을 잡는 일보다 줄을 튕기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래서 왼손잡이가 오른손 기타를 쓰게 된다면, 손의 밸런스에서 문제가 생기긴 합니다. 줄을 튕기는 손이 더 중요한데, 그 손을 자주 안 쓰는 오른손으로 하니까요.

..일반적으론 그렇습니다만 사실 그것에 꼭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유명 아티스트 중에서도 오른손 잡이인데 일부러 왼손 기타를 고집해서 다른 기타리스트보다 더 좋은 실력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들도 있어요. 그리고 "아! 난 왜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기타를 잡아버려서 지금 이렇게 실력 향상에 한계가 찾아온 걸까!" 하고 좌절할 시점까지 도달하려면 기타를 꽤나 상당히 많이 쳐야합니다. 단순히 취미로 즐기면서 기타를 하고 싶으시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사실상 그렇게 크질 않아요.

결론은 왼손잡이어도 편하게 오른손 기타 치세요. 저처럼 나중에 스트레스 받기 싫다면.


잠시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네요. 아예 다른 이야기로 작성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자면, 저 아모스 기타만 4년 넘게 써오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입문용 기타다보니 굉장히 저성능이었습니다. 싸게 구매한만큼 사운드가 빈약했죠. 그래서 언젠가 새 기타를 장만하리라.. 라는 심정으로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게 일본 여행과 겹치게 된 거죠.

굳이 한국 놔두고 왜 일본까지 가서 기타를 사오게 된 거냐.. 하면 일본에 좋은 기타가 많거든요. 한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모델들도 많구요. "새 기타를 사려고 보고 있다" - "곧 일본 여행을 간다" - "일본에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좋은 모델 기타들을 판다" - "구매대행보다 여행을 가서 직접 사오면 값이 좀 더 쌀 것이다" 의 순서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거죠.


아래 글들이 일본에서 기타를 사려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지가 오사카-교토였기에, 오사카에서 구매하기로 결정을 하고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유명하기론 미키 악기점이 유명하더군요.

구글 지도에서 三木楽器라고 검색하면 표시가 됩니다. 신사이바시, 아메리카무라, 우메다 등 오사카의 여러 군데에 점포가 있으니 여기저기에 발품을 팔아보세요.


참고로 본점은 신사이바시입니다. 홈페이지는 http://www.mikigakki.com/

미키악기 신사이바시점은 5층 전체가 다 악기점이라길래 "아, 당연히 내가 찾는 모델이 있겠지!" 하고 찾아갔더니 없었어요.. 왼손 기타가 있긴 한데 고가형이라서 제가 살 수 없더군요.


여기서 또 왼손기타의 비애를 느꼈던게, 일본도 한국과 매한가지로 왼손 모델은 하나같이 취급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악기점들 다 찍어놓고 여기저기 다 돌아다녔는데 있으면 아주 비싼 기타이거나, 아니면 그나마 좀 적당한 기타가 하나 있고 그런 식이었는데 그런 기타들은 하나같이 다 제 마음에 안 들었어요. 애초에 점찍어둔 모델은 포기했어야 했죠. 왼손 기타가 그렇게나 드물었으니.



뮤직랜드 KEY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기타들이 마음에 들어서 사진 찍어봤어요.



다서 여섯군데를 돌아봐도 답이 안 나오던 찰나에 이시바시 뮤직에서 구원자를 찾았습니다.


스타인버거의 gt-pro deluxe. 왼손잡이 모델이 중고로 매대에 올라있더군요. 원더걸스의 혜림이 이런 비슷한 기타를 치는 건 봤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근데 영 생긴게 대가리도 없고, 모양도 작아서 이걸 써야하나.. 싶었는데 저한테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걸 알았죠. 안 그래도 다른 지점에서 몇 안되는 왼손 모델을 잡아봤다가 괜히 실망했었거든요. 바로 시연해봤습니다.

일본 악기점에서 악기 시연은 굉장히 일상적인 일인 것 같더라구요. 점원이 바로 들고가서 튜닝까지 다 해주고 자기 할 일 하러 돌아갔습니다. 덕분에 아무 방해 안 받고 앰프 연결해둔 채로 쳐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한번 쳐봤는데, 의외로 괜찮은 소리가 나더라구요. 게다가 겉으로 봤을 때 넥이 두꺼워보여서 하이프렛 잡기가 힘들어 보였는데, 24프렛이라서 넥이 길쭉한 덕에 생각보다 하이프렛도 잘 잡아졌어요. 그래서 결국엔 이 놈으로 정했습니다.

구매하면 소프트 케이스도 하나 동봉해서 주던데, 바이올린 케이스 같아요. 들고 다니긴 편합니다.


그리고 다섯군데 정도 악기점을 돌아다녀봤는데, 전부 다 면세혜택이 있는 가게였어요. 혹시라도 저처럼 오사카에서 악기를 사올 생각이 있으시면, 여권은 꼭 챙겨가세요. 원래 2만 4천엔 정도에 올라왔던 걸 면세 혜택으로 2만 2천엔 정도에 구매했어요. 2만원 정도 절약한 셈이죠.

구매할 땐 몰랐는데 나중에 한국 돌아와보니 한국에서도 판매가 되는 모델이더군요. 제작도 심지어 메이드 인 코리아에요.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타가 일본에 건너가 판매되다가 제 손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셈이죠. 그래도 원래 정가로 구매하면 아무리 싸게 사봐야 30만원 후반이고 40 중반은 넘어가는 기타를 중고 22만원 정도에 산 거니 나름 만족합니다. 크기도 작아서 돌아올 때 수하물 크기 계산에서도 애를 안 먹었어요. 원래 계획대로 그래스루츠 기타를 샀으면 추가 요금을 물었을지도 모르는데..

구매한 기타 사용기를 쓰게 될 진 모르겠는데, 이 모델이 궁금하시면 프리버드에서 리뷰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