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VR(Virtual Reality)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에 들어온 지는 생각보다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VR이 익숙한 사람들보다 생소한 분들이 더 많은 듯합니다. 이 글은 VR 뉴비가 오큘러스 퀘스트 2를 구매하면서 VR 세계에 입문한 후기를 작성한 글입니다. VR이 현재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궁금하신 분들, 혹은 오큘러스 퀘스트를 구매해도 될 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VR이요? 들어는 봤지만 직접 해본 적은..
요즘에는 조금 한물 간 느낌이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말 마케팅 의도가 다분한 용어가 등장하면서 "다음 시대는 이거가 대세임 빨리 주식사셈 ㄱㄱ"이라 외치며 온갖 새로운 IT 기술 분야들이 우리의 머릿 속을 헤집어놨었다. 겉으로만 보면 정말 공각기동대같은 미래가 내일에라도 실현될 것 같지만, 막상 실상을 들여다보면 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아직은 결정적 승자가 없으며 누가 이 미래 세계를 통일할 지를 두고 각축을 다투는 이른바 IT 춘추전국시대가 지금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 일어났던 붐들을 몇 가지 떠올려보면, 어떤 건 흥해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반면 어떤 건 이제 언급조차도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영화 '아바타'는 3D 영화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이 영화 이후로 3D 영화 시장이 활성화되기도 했고, 3D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모니터와 TV들도 생겼으며, N 모 게임사의 휴대용 게임기는 아예 3D 기능을 중점으로 밀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내 주위에서 그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
IoT(사물 인터넷) 또한 한 때 미래 세계를 이끌어 갈 첨단 기술로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졸업 과제로 만들었던 프로젝트가 IoT였던 이유도 이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 분야는 "망했다"라기 보다는, 보급이 생각보다 느리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된 스피커를 거실에 두고, 아침이 되면 커튼이 펼쳐지고, 취침 시에는 다시 닫히고, 요리가 시작되면 알아서 공기 청정기가 돌아가고, 퇴근 1시간 전에 목욕물이 자동으로 받아지는 그런 스마트 홈에 살고 있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특히나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회사들만 봐도, 여긴 아직 춘추전국시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블록체인? 이 쪽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얼마 전까지는 VR도 나한테 그런 '애매한 기술'이었다. VR의 보급 가능성에 대해서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제대로 사용하려면 너무 비싸다. -> 기기 값도 비싸고, 이걸 받쳐줄 PC도 사양이 상당히 좋아야 함. 100만원은 그냥 깨진다.
- 활용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 VR은 공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고, 움직임이 심하면 멀미를 유발한다.
- 거추장스럽다. -> VR 헤드셋은 무겁고, 일일이 끼고 벗는 과정이 번거롭다. VR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이 과정을 상쇄할 수 있을까?
- 시력에 안 좋다 -> 눈 바로 앞에 렌즈를 갖다두는 방식이기에 안 그래도 시력이 좋지 않은 현대인들에게는 최악이다.
VR이란 키워드가 시장에서 대두된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에겐 3D 디스플레이 시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들이 VR 시장을 발전시켜 나가려고 노력을 했다. Steam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만드는 게임 대부분이 고평가를 받는 본좌급 게임회사 Valve는 하프 라이프: 알릭스(만들라는 3는 안 만들고!)를 VR 게임의 형태로 발매를 했다. 이 게임은 역시나 밸브 게임답게 호평을 받았고, 나는 그 현상을 보며 마치 닌텐도 스위치 발매 초기 때, 여러 혹평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라는 게임 하나로 전부 극복했던 것을 떠올렸다.
지금에야 동물의 숲, 스매시 브라더스, 몬스터 헌터 라이즈, 포켓몬 소드 실드 등의 킬러 컨텐츠들이 든든하게 백업을 해주고 있지만, 2017년 당시에 스위치는 과장 좀 보태서 "젤다 하나만을 보고 사는 게임기" 수준이었다. 즉, 게임 가격이 사실상 40만원 정도라는 소리였는데, 놀랍게도 젤다의 완성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라서 결국 사람들이 정말로 게임기를 사게 만들었다. (물론 이후로도 더 좋은 게임들이 나올 것까지 기대를 하고 구매한 것이겠지만)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 실제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플레이해보고 나서 "젤다 하나 때문에 스위치 사도 된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알릭스의 제작진에 따르면, 이 게임을 제작할 때에 닌텐도 특유의 방식을 많이 벤치마킹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알릭스 또한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알릭스 하나만 보고 VR 기기를 사도 된다" 정도. 나는 이미 젤다에서 소프트가 하드웨어를 견인해버리는 사례를 경험해봤기에, 이 평가를 보는 순간 "VR 기기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그러나 닌텐도 스위치에 비해 VR 기기는 기본이 100만원은 깨질 각오를 해야했기에, 선뜻 입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말에 오큘러스는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를 선보이고 말았다.
비싸? 그럼 싸게 팔아드림
오큘러스 퀘스트 2는 페이스북에 인수된 오큘러스가 "오큘러스 퀘스트" 다음으로 낸 후속 VR 기기이다.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이 외의 상세 스펙은 구글링 추천합니다.
특징1. 싸다
64GB 기준 299달러밖에 되지 않는 가격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국내 구매를 한다면 41만원 정도가 나온다. (관세는 페이스북 측에서 알아서 처리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됨. 지금은 국내에서도 SKT를 통해 따로 판매되고 있다.) 구글 카드보드를 제외하고 이만한 가성비를 내세운 VR 기기는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었다. 64GB 말고 256GB 모델은 좀 더 비싼데, 64GB로도 충분하다. 정 용량 모자라면 앱 삭제하고 다시 받으면 된다.
특징2. 스탠드 얼론 가능
PC에 따로 연결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앱을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 장점이다. MT 때나 친구 집 방문 때 들고가서 동네 인싸 등극 쌉가능이란 소리다. 물론 이 경우 고사양 PC에서 돌리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렌더링을 볼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더 이상 구매를 미룰 이유가 없어서 난 홀린 듯이 결제를 해버렸다.
오큘러스 퀘스트님을 뵙습니다
구성품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설명서와 충전용 케이블(C 타입), 그리고 안경 유저들을 위한 익스텐션 키트(렌즈와 눈 사이의 거리를 늘려줌), 컨트롤러 2개와 본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착용해본 순간,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만큼, 비용을 아끼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헤드셋을 착용할 때 머리를 조여주는 스트랩이 굉장히 조잡해서 장시간 착용하면 광대가 아팠다. 오큘러스 구매할 때에 머리를 좀 더 편하게 받쳐주는 "엘리트 스트랩(6만원 가량)"을 선택하는 옵션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기본 스트랩은 사실상 없는 셈치고 모두가 엘리트 스트랩을 사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었다. 이 엘리트 스트랩도 내구도가 약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고는 있지만, 기본 스트랩으로 광대가 박살나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구매해야만 했다. 엘리트 스트랩이 반강제로 필수가 되는 셈이라 사실 41만원이 아닌 47만원인 셈이다.
또한, 얼굴이 맞닿는 패드 부분이 코 아래쪽이 뻥 뚫려 있어서 착용을 해도 아래에서 빛이 새어들어온다는 단점이 있었다. 서양인 체형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구매 옵션에 패드도 바꿀 수 있게 해주면 해결 될 문제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으나, 염가형으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줄인 결과였겠거니 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는 다른 서드파티 패드를 구매해서 잘 쓰고 있다.
이런 아쉬운 점은 뒤로 하고서라도, VR 기기의 성능 자체는 감동이었다. 약간의 빛번짐이 있으나, 구글 카드보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준수한 퀄리티의 렌더링이었기에 구매한 만큼의 값어치는 나오는 셈이다.
자체 앱 구동은 어떨까?
한번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앱들을 받아서 돌려보기로 했다.
BeatSaber
VR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이 게임을 알 것이다. VR 앱 중에서는 독보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리듬게임이다. 스타워즈 제다이가 된 것마냥 양손에 광선검을 들고, 리듬에 맞춰 날아오는 블록을 써는 게임이다. 설명 자체는 단순하나, 각 블록마다 검을 휘둘러야 하는 손이 정해져있다는 점, 그리고 일정 방향으로만 썰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체감 난이도가 꽤 높다.
비트 세이버는 사실상 모딩(Modding)을 해야만 하는 게임이다. 유저 커스텀 패치인 셈인데, 공식 앱은 지원하는 곡도 적고, 초보자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난이도 분배에,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기능들(리플레이, 세이버 색깔 바꾸기, 세이버 종류 바꾸기)도 없기 때문에 결국엔 모두가 다 모딩을 찾게 된다. 나는 모딩이 PC에서만 될 줄 알아서 스팀에서 구매하려 했는데, 놀랍게도 오큘러스에서도 모딩을 할 수 있었다. 물론 PC에서 모딩 돌리는 것보다야 성능이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플레이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더라.
다만.. 플레이 중에 유독 생각지 못한 미스가 자주 발생한다. 기기 성능이 안 좋아 렉이 걸렸거나 컨트롤러 트래킹이 잠깐 끊긴건가 싶다가도, "랭커들도 오큘러스 퀘스트2로 잘만 한다. 니가 진짜 잘 못 친거임" 이라는 글들을 보니 그냥 내 손이 문제인가 싶다. 아.. 그래도 올해로 리듬게임 시작한 지 18년차인데.. 뭔가 기기 탓을 하고 싶지만, 난 터치 리듬게임도 종종 미스내놓고 애꿎은 아이패드를 두들겨 패곤 하니 그냥 납득해야겠다.
Eleven Table Tennis
탁구 게임이다. 생각보다 재현도가 굉장히 괜찮아서 실제 탁구에서 쓰이는 기술들도 어지간한건 다 쓰인다카더라. 하지만 난 탁구를 못 해서 인공지능한테 계속 졌다. 아버지께 체험시켜드렸는데, 평소 탁구 치듯이 탁구대에 손을 짚고 공을 받으려다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찧으셨고, 일주일 내내 무릎 아프다고 나한테 불평하셨다. 그만큼 실감 나셨던 거지~
Epic Roller Coasters
스토어에서 평점이 5점 만점에 3점이던데, 타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움직임이 너무 심해서 토나온다. 처음엔 괜찮다 싶다가도, 세번 정도 타면 자동으로 헤드셋을 벗고 있을 것이다.
Real VR Fishing
재작년에 실제 낚시를 가본 적이 있는데, 나랑은 안 맞는다고 느꼈었다. 그래도 이건 VR로 하니까 부담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컨트롤러에 무게감까지 재현은 못 하지만, 진동이 있어서 나름 구색은 갖춰놨다. 특이점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게임이란 점이다. 한강이나 여수 돌산대교, 울릉도 등에서 낚시를 할 수 있어서 요즘 같은 시국에 방구석 여행을 손쉽게 갈 수 있는 갓겜(?)이다. 배경은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렌더링을 해놓은 것이라 꽤 그럴싸하다. 브라우저 자체 내장으로 유튜브를 틀어놓을 수 있고, 멀티 플레이를 지원해서 친구와 같이 노가리 까면서 시간 보내기도 가능하다.
VR Chat
워낙 유명한 채팅 앱이라 따로 설명은 안 해도 될 듯하다. VR 챗은 아바타와 맵이 무궁무진한 게 특징인데, 오큘러스 버전은 쓸 수 있는 아바타의 수가 한정적이다. 고로 이건 PC 연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알릭스는 해보셨나요?
아직 그래픽 카드를 못 구해서 못 하고 있다. 현재 가격이 미쳐 돌아가고 있어서 당분간 못할 예정이다. 누가 제발 그래픽 카드 정가에 좀 팔아줬음 좋겠다 ㅠㅠ
아쉬운 점은?
페이스북 중심 사고관
플랫폼 싸움에서 승리한 기업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공격적인 영업을 하던 전략을 바꾸고, 갑자기 폐쇄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한번 고착화되면 바뀌기 힘들기 때문에, 일단 이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돈방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위를 점하기 전까지는 자해 수준의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고, 경쟁이 끝난 후에 약간 거만(?)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당연하다. 기업 논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데, 역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오큘러스에서도 그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큘러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계정이 있어야만 한다. OAuth를 지원하지 않으므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디로 인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페이스북을 10년 넘게 사용해오고 있으므로 이 부분은 불편하진 않았으나, 개인적 경험으로는 요 몇년간 페이스북은 사용성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런 오큘러스의 페북 계정 강제는 배짱 장사처럼 보이기만 했다.
오큘러스에서는 현재 보는 화면을 스크린 캡처, 비디오 캡처를 할 수 있고, 스트리밍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스크린 캡처를 하고나서 공유를 하려고 보면, 딱 세가지 선택지만 나온다.
- 페이스북 개인 피드에 올리기
- 페이스북 특정 커뮤니티에 올리기
- 페이스북 메신저로 친구에게 보내기
그 흔하디 흔한 메일로 보내기 기능조차 없다. 또한 동영상 공유는 이 기능으로는 사실상 못 보낸다고 보면 된다. 페이스북 서버 회선이 그렇게 빠르지도 않고, 일정 용량 초과하는 것은 공유 옵션조차 활성화되지 않는다. 결국, 스크린 캡처는 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내서 모바일 앱에서 빼고, 동영상은 PC에 유선 연결을 해서 빼오는 방식을 써야한다.
살짝 아쉬운 하드웨어 마감, 그러나 가격대 생각하면 감내할 만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저가형으로 나오다보니 디테일은 많이 떨어지는 제품이다. 기본 스트랩은 조잡해서 엘리트 스트랩이나 다른 서드파티 스트랩을 찾을 수밖에 없고, 얼굴과 맞닿는 패드도 빛샘 현상이 신경쓰이면 결국 다른 대체재를 찾게 된다. 더군다나 엘리트 스트랩은 6만원씩이나 하면서 내구도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아래 사진은 이 글을 쓰자마자 부서진 내 엘리트 스트랩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큘러스 측도 내구성 이슈를 잘 알고 있어서 무상 교체 2년을 지원해준다는 점이다. 당분간 나는 새 제품을 받을 때까지 또 광대뼈 아픈 그 기본 스트랩을 쓸 예정이다. 하느님 맙소사..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가성비를 하는 VR 기기는 아직 없다. 감내해야.. 아니 감내할 만하다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음
하드웨어랑 달리 소프트웨어는 향후 개선될 여지가 있으니 큰 단점으로 꼽지는 않겠다. 플레이가 안 될 정도는 아니고 가끔씩 사람 짜증나게 하는 수준의 잔 버그들이 나타나고, UI도 이상하게 꼬여있어서 내가 원하는 동작을 도대체 어느 메뉴에서 할 수 있는지 몰라 헤매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오큘러스의 업데이트는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총평
VR 세계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이만한 기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스팀에서의 VR 헤드셋 사용률 1위를 자랑할 만큼 성공적인 제품이다. 처음부터 고가의 VR 기기를 살 수 없는 사람, 혹은 적당히 VR을 즐기면서 놀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올까? 이미 온 걸지도..
요새는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언급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아이유가 이번 앨범 발매에 맞춰 네이버 나우에서 온라인 팬미팅을 열었었는데, XR 기술로 베니스의 풍경을 담아낸 것을 보고 생각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서 놀랐었다. 가상/증강현실의 기술 자체는 그간 새로울 게 없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물리적 교류가 힘들어진 만큼 이 분야도 급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예전 같았으면 '메타버스? 또 새로운 마케팅 용어겠거니.. 지겹다' 라고 생각했겠지만, 최근 기업들의 이런 의미있는 시도를 보기도 하고, 실제 VR 컨텐츠들을 체험해 보니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분야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큘러스는 얼마 전에 인피니트 오피스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VR 기기를 이용해 원격 근무를 한다는 컨셉인데, 연말에 공개할 예정이며, 로지텍과 협업해 VR 전용 키보드까지 같이 낼 것이라고 한다. 재택 근무가 활성화되고 나서부터 이색적인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인피니트 오피스가 나에겐 가장 궁금하다. 2시간 남짓한 배터리의 기기로 뭘 하라는 것일지, 모니터 놔두고 굳이 VR 기기를 써야할 이유는 무엇일지 등 갖가지 의문이 떠오르지만, 실제로 나와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10년 쯤 뒤에는 정말 "오늘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만나 스크럼 미팅 하시죠" 하면서 아침에 각자 헤드셋을 끼는 풍경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