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기계식 키보드 키크론 Keychron K2 사용기

2020. 4. 5. 04:33카테고리 없음

들어가며

지금이야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가 참 많아졌고,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다 기계식을 쓰게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적어도 어렸을 적의 제가 기억하는 기계식은 참 비싸고, 특정 직업군만 손댈 수 있는 미지의 무언가였습니다. 해피해킹 키보드가 20만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니 무슨 키보드가 20만원씩이나 해? 그걸 또 사? 아니, 기계식 키보드라는 게 얼마나 좋길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죠. 단순 입력장치에 불과한 그 키보드에 2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할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를 동경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기계식 키보드는 대중들에게도 많이 쓰이는 키보드가 되었고, 저는 개발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키보드'에 대한 호기심과, 타자를 치는게 평생의 업이다 보니 '좋은 키보드'를 갖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에 여러 키보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키크론의 K2도 그 결과물 중 하나이며, 이 제품이 스타트업에서 나온 제품이다보니 타 제품에 비해 리뷰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키보드를 사고 싶다

개발을 하다 보니, 좋은 키보드가 필요해졌습니다. 맥북의 버터플라이 키보드, 아이맥의 매직키보드도 충분히 좋은 키보드였지만, 타자감은 참 좋지만 그 외의 부분이 제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제가 찾던 키보드는 조건이 참 까다로웠습니다.

타자감이 좋고, 피로감이 적어야 한다

키보드로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지만, 이 부분을 충족하는 키보드는 1,2만원 하는 저가형에선 나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에게 저 조건을 만족하는 키보드는 기계식이거나 무접점이어야만 했습니다.

무선과 유선 연결을 다 지원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무선 연결이 깔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선 연결을 찾았던 이유는 후술할 '멀티 페어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데스크탑에서도 쓰고 싶었기에 유선 연결도 같이 지원했으면 싶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딜레이가 발생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멀티 페어링이 되어야 한다

집에 데스크탑과 맥북 2가지 PC가 있었기에 양 쪽에서 쓰기 위해서는 멀티 페어링이 되는 키보드가 필요했습니다.

윈도우와 Mac 양 쪽의 키 레이아웃을 지원해야 한다

데스크탑은 윈도우, 맥북은 Mac이었기에 가급적이면 양 쪽이 가능한 키보드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키보드가 있긴 있나?

상기의 조건을 전부 만족하는 키보드는 정말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단 PC 시장에서 윈도우 점유율이 압도적이다보니 맥 레이아웃을 같이 지원하는 키보드라는 필터에서 이미 수많은 키보드가 떨어져 나갔고, 블루투스 지원 여부와 멀티 페어링 지원 여부를 붙여나가다 보면 결국 로지텍(Logitech)의 K380 정도가 최선의 선택으로 나왔습니다.

Logitech K380

이 키보드는 단지 mac 레이아웃, 블루투스, 멀티 페어링이라는 조건만을 만족할 뿐. 유선, 타자감이 편한 키보드라는 조건은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기계식 키보드는 게이머나 개발자, 작가들에게 특화되어 있는 키보드입니다. 특히 딜레이가 중요한 게이머들을 생각한다면 무선 기계식 키보드는 어떤 의미에선 어불성설입니다. 게임 잘 하고 싶어서 사는 키보드에 딜레이나 끊김이 들어갈 여지를 넣는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의 조사 끝에 '내가 너무 배가 부른 생각을 했구나' 라는 판단을 내리고 키보드를 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즐겨보던 유튜버가 키크론 K2라는 키보드를 리뷰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고, 저는 그 자리에서 기립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키보드는 위의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면서, 심지어 디자인까지 예뻤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만들어지는 키보드이니만큼 퀄리티가 의심스러웠지만, 이내 올라오는 긍정적인 평가들을 보고 결제했습니다.

구매 후기

현재는 K2가 우리나라에서도 정식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으나, 제가 구매할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Keychron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구매해야 했습니다. 홍콩에서 배송되었고, 배송 기간은 약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패키지 상태가 조금 망가져서 왔다는 점이 다소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물론, 정식 수입품에서 이런 현상은 없을 것 같네요)

제가 결제한 모델은 흰색 LED - 적축 모델의 K2입니다.

정갈한 디자인, 예쁩니다.

구성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 키보드 본체
  • 윈도우 용 특수키캡(ctrl키, alt키, 윈도우 로고 키)
  • 키캡 리무버
  • usb 케이블

양쪽 키 레이아웃을 지원하는 키보드이니만큼 윈도우 용 키캡과 맥용 키캡을 같이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가

저는 키알못입니다. 다른 키보드와 비교를 해볼 만큼 충분히 많은 키보드를 쳐보지 않았으며, 이 리뷰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타자감

K2에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체리 스위치 대신에 게이트론 스위치가 들어가 있습니다. 모양은 체리와 같으나, 키감이 다소 다르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먹먹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키가 먹먹하다는 건 도대체 무슨 평가야? 기타 음색이 쫀득하다는 소리만큼이나 알아먹기 힘드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쳐본 결과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키캡 재질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키캡 아래에 단단한게 받쳐져 있는 느낌이 희미하게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키감이 저에게 불호로 느껴지진 않았고, 지금도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체리 스위치와는 약간 결이 다른 타자감이라는 점 정도만 숙지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소음

K2의 아쉬운 점은 지원하는 축이 청,갈,적의 3 종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본래 회사에서 쓸 것을 생각해 최대한 소음이 적은 키보드를 쓰고 싶었고, 그래서 적축으로 주문을 했던건데 적축이 제 생각처럼 소리가 작진 않았습니다. 딱 저소음 적축까지 들어가 있었으면 완벽했을텐데..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소음 적축'이 없어서 아쉽다는 점이지, 발생하는 소음은 다른 청,갈,적축과 대동소이합니다.

편의성

유무선 전환과 키보드 레이아웃 전환이 간단해서 매우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현재 데스크탑에 유선으로 연결해두고 쓰고 있는데, 맥북에 연결하고 싶을 떄에는 모니터 옆에 노트북 스탠드로 맥북을 세워두고, 키보드를 무선 - Mac OS 레이아웃으로 설정해놓은 다음에 페어링을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키보드 선을 뽑아 다시 연결할 필요도 없고, 블루투스 세팅을 다시 잡을 필요도 없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아래는 실제 타건 영상입니다.

Keychron K2 - WHITE LED - Red Switch

키 높이

다른 리뷰 영상에서는 키 높이가 높아서 손목이 피로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손목 받침대 없이 타자를 치고 있는데 큰 피로감이 느껴지진 않네요.

종합 평가

장점

블루투스, 유선이 되면서 MacOS/iOS/Android/Windows 레이아웃을 지원하면서, 멀티 페어링을 지원하는 기계식 키보드이다.

이 조건을 다 만족하는 키보드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키크론 사의 키보드 외에는 없습니다. 저같이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 키보드가 유일한 선택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몇 가지 남습니다. 이야기를 해보자면

키 레이아웃 변경이 잘 안될 때가 있다.

맥 <-> 윈도우로 키 레이아웃을 변경할 때, 스위치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바뀌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윈도우에서 알트 키를 눌렀는데 시작 메뉴가 떠버리는 황당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이 때 다시 스위치를 왔다갔다 해주면 정상처리 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Mac을 사용 중일 때, 가끔 의도했던 키가 아니라 점(.)이 찍히는 경우가 있다.

정확한 조건은 모르지만, 특정 조건 하에서는 키가 잘못 입력되는 버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숫자를 치는데 숫자가 아니라 점(.)이 찍혀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요. 잊어버릴만 하면 나타나서 거슬리긴 합니다. 이 두가지 항목 다 하드웨어에서 기인하는 버그라고 추정됩니다.

위는 Mac OS단에서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키보드 이슈가 아니므로 삭제합니다.

우 shift키가 너무 짧다.

K2는 컴팩트한 사이즈를 맞추기 위해 기이한 키 레이아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page up, down 같은 키들을 한 줄에 전부 몰아버린 점도 그렇고, del 키가 맨 위로 가버린 것도 그렇고, 우 시프트가 짧은 것도 그렇죠. 우 시프트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우 시프트를 써야하는 게임을 하게 되니 난감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여기에 적응을 하든가, 아니면 키 설정에서 다른 키로 바꾸든가 해야 했었는데, 적응은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평점

적축이라는 한계(?) 때문에 결국 제 사무실 키보드로는 선택받지 못했지만, 집에서의 활용성은 최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택 근무할 때 코딩용으로도 최적이고, 게임할 때에도 꿀리지 않는 사용감을 보였습니다. 윈도우와 맥을 오가면서 작업을 해야하는 분이시라면 이 키크론 K2나 K4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추천드립니다.